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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은행 가계대출 69% 증가…‘긴축 종료’ 파티 안 된다

4월 은행 가계대출 69% 증가…‘긴축 종료’ 파티 안 된다

Posted May. 15, 2023 07:56,   

Updated May. 15, 20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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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외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작년 한해만 8조 원 가까이 줄었던 한국의 가계 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가 20개월 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면서 빚에 대한 가계의 경계심이 줄어든 탓이다.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경제성장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연 3.7∼5.8% 수준이다. 가장 낮은 금리는 올해 1월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직후인 재작년 9월 말의 3.2% 이후 가장 낮다. 고정금리보다 높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역시 3%대 하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출금리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금리보다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예금·대출 금리차를 이용해 과도하게 돈 버는 걸 꼬집으며 인하를 압박한 영향이 컸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연쇄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는 금리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대출금리는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가 싸지면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이 확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3, 4월 4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은 작년 동월 대비 86%, 69%씩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면 상승폭이 93%, 76%로 더 높아진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집값 폭등을 겪어본 2030 세대가 ‘영끌’에 다시 나선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 4위로 100%가 넘는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빚으로 잡으면 150%도 넘어 세계 1위다. 이런 상황에서 빚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경우 일반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위축을 초래하고, 경제 성장률까지 깎아먹게 된다.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폭이 커지는데도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은의 결정 은 최근의 대출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아무리 ‘긴축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해도 개인과 가계는 금리동결을 긴축 종료로 판단한 것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를 심각한 금융시스템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통화·금융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