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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8명 연속 檢 출석, 5명 구속… 이 자체가 부끄러운 일

국정원장 8명 연속 檢 출석, 5명 구속… 이 자체가 부끄러운 일

Posted December. 15, 2022 07:59,   

Updated December. 15, 20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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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국정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올 7월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고발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살 사건 발생 다음날 새벽 관계 장관회의 직후 박 전 원장이 원장비서실장에게 관련 자료 일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의 검찰 조사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김만복 전 원장부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박 전 원장까지 정보기관장 8명이 한명도 예외 없이 검찰에 출석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 수감됐다. 박 전 원장의 전임인 서 전 실장은 박 전 원장에게 관련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이병호 이병기 남재준,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원장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1999년 국정원 출범 이후 전직 국정원장 총 14명 중 11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중 7명이 구속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이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이 개혁대상이 되는 현상이 반복된 데는 국정원장의 책임이 크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치적 중립 여부를 검증 받는 권력기관장이다. 국정원장이 재임 중에 스스로 외풍을 차단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은 주로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국정원장이 기존 관행이나 정치권력의 요구에 단호하게 맞서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기관의 사용자인 대통령 등 정치권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겉으로만 정보기관 개혁을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정보기관을 사유화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분단국가에서 국가 정보가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 국가 자산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국정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아 정보기관의 연속성이 끊기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