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러시아 전역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자해를 해서라도 동원령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국외로 나가는 항공편이 매진되거나 비행기표 가격이 치솟는 등 ‘엑소더스’(대탈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한 2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한 러시아 38개 지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대는 “푸틴을 참호로 보내라” “전쟁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체포된 인원은 최소 1311명에 달했다.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 같은 대규모 반전 시위는 처음이다. 러시아의 반전단체 ‘베스나’는 “동원령은 우리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을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고 들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
러시아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폭증하면서 항공권은 동이 났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선포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등 러시아에서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주변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매진됐다.
러시아 당국은 징집 대상인 18∼65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항공권 판매를 중단시키는 한편 동원 대상자에게 채무 상환을 유예하기로 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도 나섰다. 러시아 증시 지수는 한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강성휘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