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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 지방권력 ‘묻지 마’ 투표로 뽑는 현실, 이젠 바꿔야

’토호’ 지방권력 ‘묻지 마’ 투표로 뽑는 현실, 이젠 바꿔야

Posted May. 19, 2022 08:05,   

Updated May. 19, 20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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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6·1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13일간의 열전이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를 포함해 총 2324 선거구에서 761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22일 만에 실시된다. 그 결과가 윤석열 정부 초반 정국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중요한 선거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지방의원들이 그동안 보인 부실한 의정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과 경북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광역·기초의원들의 조례안 발의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의건수가 광역 2.99건, 기초 2.05건에 불과했다. 지방의원의 가장 큰 책무가 조례안 제정과 심의인데 1인당 발의건수가 고작 2∼3건에 그친 것이다. 특히 기초의원 2981명 중 연평균 조례발의건수가 1건이 안 되는 경우도 24.3%나 됐다. 한심한 지방의회의 현 주소다.

 지방의회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토호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크다. 지방세 관련 조례나 행정 규칙 등을 제정하고, 단체장의 예산 집행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 권한에 걸 맞는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세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외국에서는 기초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인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다르다. 의정활동비 등으로 연평균 4000만원까지 지급받는다. 지방의회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무풍지대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 투표 행태도 문제다. 동아일보가 2010년부터 3차례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시도의원 선거결과를 전수 분석해보니 단체장과 같은 특정 정당 소속 지방의원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단체장부터 같은 번호의 지방의원까지 내리 찍는 ‘줄 투표’가 이뤄진 결과다. 지방의원들의 역량이 떨어지는데다가 단체장이 같은 당 소속인지 여부만을 중시하다보니 지방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격렬한 여야 대결구도 때문에 정책·비전 투표는 실종된 분위기다. 지방의원들의 부실한 의정활동을 바로잡지도 못하면서 지역주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결과를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후보자들의 면면이나 정책 공약은 제쳐둔 채 특정 정당의 호불호만 살피는 묻지 마 투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깨어 있는 투표로 이런 구태를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