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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입’ ‘혐오’ ‘갈등’의 대선, “국민 통합”은 빈말이었나

‘거친 입’ ‘혐오’ ‘갈등’의 대선, “국민 통합”은 빈말이었나

Posted February. 19, 2022 07:25,   

Updated February. 19, 20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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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면서 ‘비호감’ 본색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소가죽 굿판’ ‘기생충’ 등 자극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유력 후보들도 ‘주술사’ ‘파시스트’ 등 험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말로는 국민 통합을 외치지만 외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그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최모 씨는 점은 좀 쳤는데 주술은 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주술사가 가라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에게 ‘무속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김의겸 의원은 건진법사라는 이가 2018년 ‘가죽 벗긴 소’로 엽기적인 행사를 주관했다면서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굿판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등을 달고 무엇을 기원했느냐”며 윤 후보 부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자기 죄는 덮고 남은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서 선동하고, 이게 원래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했다. 자신을 청년 괴벨스라는 비판한 여권을 이준석 대표가 혐오정치라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정작 윤 후보도 비슷한 공세를 펼친 것이다. 또 국민의힘 인사들은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기생충 가족에게 나라를 맡겨서 되겠느냐”고 날을 세우고 있다.

 대선이 국민 통합의 축제 마당, 국가 미래를 위한 거대한 담론의 장이 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헛된 기대임을 모르지 않지만 이 정도까지 선을 넘어 막가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미국, 영국의 유력 매체들이 잇따라 “추문과 말싸움, 모욕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선거”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다(most distasteful)” 등 혹독한 평가를 내놨겠나.

 여야 및 유력 후보들은 이런 우려와 비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극적인 말의 비수를 꽂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식의 사생결단, 진흙탕 승부로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착잡함, 공허함만 남길 뿐이다.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 국정 협치도 난망해진다.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지만 근거를 갖고 논리적으로 따져야 한다. 두 후보가 강조해온 국민통합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저질 네거티브 전을 접고 자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