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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핵 ‘전력 질주’하는데 文은 ‘종전선언’에 다걸기하나

[사설]북핵 ‘전력 질주’하는데 文은 ‘종전선언’에 다걸기하나

Posted September. 23, 2021 09:00,   

Updated September. 23, 2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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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6·25전쟁)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終戰)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한 진지한 외교’를 강조하며 “우리는 확실한 약속 아래 가능한 계획을 향한 구체적 진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두 정상의 유엔 연설은 북한의 잇단 도발적 행보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북 유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한미의 거듭된 대화 손짓에도 꿈쩍하지 않은 채 5MW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우라늄 농축공장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노출했다. 최근엔 장거리순항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까지 벌였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1일 “북한 핵 프로그램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까지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미 정상의 발언은 정작 북한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한미 서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들린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이행 전 종전선언 추진에 부정적이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대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니 문 대통령 제안은 미국에 대북 양보를 권고하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확실한 약속’ ‘구체적 진전’은 구속력 없는 선언이 아닌 실질적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남북, 북-미 간 대화가 꽉 막히고 북한의 도발이 다시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뜬금없고 공허하게 들린다. 임기 말 조바심이 낳은 무리수가 남북관계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아는 문 대통령이다. 올 5월 취임 4년 연설에서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젠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종전선언 제안, 과연 문 대통령의 집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