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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영의 미래를 ‘터치’하다

Posted July. 30, 2021 07:19,   

Updated July. 30, 20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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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눈에 봐도 결선에 오른 8명 중 가장 작고 호리호리했다. 하지만 덤덤하게 6번 레인에 서서 평소처럼 물을 끼얹고 가슴과 옆구리를 탁탁 치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출발 신호와 함께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다.

 18세 수영 천재 황선우(서울체고)가 29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82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이 종목 결선에 오른 황선우는 1952 헬싱키 올림픽에서 스즈키 히로시(일본)가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69년 만에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을 거뒀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키 186cm인 황선우는 일반인치고는 큰 편이다. 하지만 그의 양옆에 선 차세대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25·미국·5번 레인)은 191cm, 2016 리우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카일 차머스(23·호주·7번 레인)는 193cm였다. 이들은 단거리 선수답게 우람한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본선 진출 8명 선수 가운데 10대는 황선우와 루마니아 선수 둘뿐이다.

 20대 거구의 틈바구니에서도 황선우는 당당했다. 스타트 반응 속도는 0.58초로 전체 1위였다. 출발은 빨랐지만 잠영 구간(15m)에서 파워가 부족했다. 50m 지점에서 드레슬이 1위(22초39), 황선우는 6위(23초12)였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마지막 힘을 쏟아낸 황선우는 한 계단 오른 5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드레슬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47초02)을 목에 걸었다.

 멀리서 자신과 경쟁했던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황선우에게 아쉬움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서구 선수들의 전유물로 불린 자유형 200m, 100m에서 모두 최강들에게만 허용되는 결선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한국, 아시아, 세계주니어 등 갖가지 신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다가올 미래를 향한 자신감도 커졌다. 황선우는 “주 종목인 (200m와 100m) 레이스를 마쳐서 너무 후련하다. 멋진 선수들과 함께한 자체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