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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캐릭터가 말 걸어왔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드라마 캐릭터가 말 걸어왔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Posted June. 28, 2021 09:00,   

Updated June. 28, 2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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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7일 SBS 월화 드라마 ‘라켓소년단’을 시청 중이었다. 극 후반부,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배드민턴 부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왔다. 이들의 휴대전화에 찍힌 사진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인스타그램에 무더기로 사진이 올라왔다.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부장이자 인스타그램 중독자 캐릭터인 방윤담(손상연)의 계정이었다. 본방송에서 해당 장면이 나가는 순간 칼같이 맞춰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는 ‘정말 윤담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시글은 정말 윤담이 쓴 것 같았다. 극중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윤담의 말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드라마가 방송되지 않는 때에도 중학생들의 일상이나 시골 풍경 사진이 올라온다. 평일 오전에 올라온 게시글에 팬 한 명이 “방윤담, 이 시간에 왜 아직 학교 안 갔냐”며 나무라자 윤담이 “쉬는 시간∼”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윤담 계정을 운영하는 SBS 콘텐츠프로모션팀 관계자는 “TV를 넘어 실제로 중학교 배드민턴부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 팬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운영하는 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이 팬들과 넓고 깊게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드라마 시청자들이 팬 계정을 만들어 스틸컷 등을 소장했다면 이제는 배우나 제작사가 직접 SNS를 운영하며 소통의 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맛집에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tvN ‘호텔 델루나’(2019년)의 주인공 장만월(이지은)도 비슷한 사례였다. 이지은은 자신이 직접 장만월 계정을 운영하며 만월의 일상인 척 글을 올렸다. 실제 이지은의 계정에는 드라마 홍보 문구가 올라온 것과는 사뭇 달랐다. SBS ‘하이에나’(2020년)의 경우 주인공 정금자(김혜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방송사가 운영하다가 김혜수가 관심을 보이며 계정을 이어받아 글을 올렸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난 뒤 아이디를 변경해 현재 개인 계정으로 사용 중이다.

 드라마가 끝났다고 SNS 활동이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드라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진출하면서 시청 기간이 늘어난 만큼 계속 영향을 주고받는다. tvN ‘나빌레라’는 올해 4월 종영했지만 주인공인 70대 발레리노 심덕출(박인환)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달까지도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며 팬들에게 안부를 묻는 글이 많다. 최은화 tvN 마케팅팀 과장은 “종영 후에도 사랑받는 콘텐츠가 있고, 그 사랑이 감사했기에 시청자들을 응원하고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며 “드라마는 끝났지만 계정을 팔로하는 사람이 0명이 될 때까지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