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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심판

Posted June. 17, 2021 07:16,   

Updated June. 18, 20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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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최악의 정책으로 부동산이 꼽히지만 교육정책도 못지않다. 지난 4년간 집값만 급등한 게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다락같이 올랐다. 중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우고, 영어로 자기 이름 소개도 못 하는 수준이다. 내버려두면 다양한 삶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정부는 코로나19 탓을 하고 싶겠지만 기초학력 붕괴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됐다.

 최근 20년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3 수포자(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노무현 정부 중반 급증하기 시작해 2008년엔 12.9%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3.5%(2012년)까지 줄였고, 박근혜 정부와 문 정부 정권 교체기인 2017년(9.9%)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13.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고2 수포자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며 지난해 13.5%가 됐다. 국어와 영어도 비슷한 패턴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초학력이 향상된 건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고, 성적이 나쁜 학교엔 예산을 대폭 지원해 보충학습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후로는 창의 교육을 명분으로 성적 공개도, 학력 부진 학교 지원도 흐지부지됐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됐고,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초1부터 중1까지는 아예 시험이 사라졌다. 현 정부는 중고교마저 표집평가로 전환해 기초학력 붕괴 실상에 눈감은 상태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성적은 학생 개인의 ‘수저 색깔’이 좌우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해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 등에 따른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한국의 가정 배경 상위 10%인 학생의 읽기 과목 최하등급 비율은 2000년 2.1%에서 2018년 6.3%로 한 자릿수를 유지한 반면, 하위 10% 학생은 16.3%에서 29.3%로 급증했다. 10명 중 3명꼴이다. PISA의 읽기 과목 성적은 학생의 최종 학력보다 장래 소득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지표로 꼽힌다.

 계층별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계층별 사교육비 격차가 커지는 추세와 일치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소득 상위 10%의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63만 원, 하위 10%는 9만 원이다. 자유학기제 시행 후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집은 학원비 지출을 늘리고, 나머지 가구는 줄였다는 조사도 있다. 고소득 가정에선 ‘내신 신경 안 쓰고 선행 진도 빼서 좋다’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를 반긴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낙오자 방지 정책’으로 한국과의 학력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일본도 2009년 ‘유토리(여유) 교육’을 폐기하고 학습량을 늘린 데 힘입어 2015년부터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우수한 인재들로 15년 차 교사의 급여와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만 뒷걸음질치도록 내버려 두는가.

 곧 여름방학이다. 방학이 끝난 후 교실 풍경은 수저 색깔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있는 집 아이들은 키도 크고 성적도 올라서 오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얼굴도 까칠해지고 그나마 배운 것도 까먹는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교육정책의 대가를 왜 없는 집 아이들이 치러야 하나.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위해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여름방학 학습지원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