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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3無선거…여야, 고비용 정치문화 一新계기 삼으라

이준석의 3無선거…여야, 고비용 정치문화 一新계기 삼으라

Posted June. 14, 2021 07:27,   

Updated June. 14, 2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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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어제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지하철로 국회의사당역에 내린 뒤 자전거를 타고 국회 본관에 출근했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게 제공되는 승용차와 대중교통 중 효율적인 것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30대 0선’ 제1야당 대표의 첫 출발은 그동안 정당 대표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이 대표는 이번 당 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기존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우선 선거를 돕는 인원을 5명 정도로 최소화해 대규모 캠프 사무실을 만들지 않았다. 후보를 지원하는 차량도 없이 기차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했다. 한번 발송할 때마다 수백만 원씩 드는 홍보용 문자메시지도 거의 발송하지 않았다. 정당 선거운동에서 필수항목으로 꼽히는 캠프 사무실, 차량, 문자 메시지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운동 방식은 비용과 직결된다. 세 대결 차원에서 조직을 총동원하고, 무차별 홍보전을 벌이려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 대표는 공직후보자의 공천권을 쥐고 있어 전 당원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그동안 당 대표 선거에선 후보당 수억∼수십억 원을 쓰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고질적인 선거운동이 고비용 정치문화의 원인을 제공해온 것이다.

 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정치 현실을 모른다고 깎아내렸지만, 이 대표는 조직과 물량 위주의 낡은 선거운동 방식을 거부했다. 반면에 시대 흐름에 호응하는 메시지 전달과 의제 설정에 주력했다.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 덕분에 이 대표가 지출한 선거비용은 3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낡은 고비용 정치문화를 바꾸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순 없다. 사실상 대선후보 레이스가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에선 대선후보 캠프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규모 캠프와 자문단 구성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경선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송영길 대표는 눈앞에 닥친 대선후보 경선을 고비용 정치구조를 뜯어고치는 무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준석 현상’에서 확인된 변화와 쇄신 요구를 여당이 외면하면 선거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준석 현상은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것이다. 시대교체는 여야 정치권의 낡고 구태의연한 행태를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