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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가르침

Posted March. 17, 2021 07:34,   

Updated March. 17, 20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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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조상을 둔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형제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줘야 한다. 열흘 전 이라크 우르에서 있었던 일은 좋은 예다.

 우르는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고대도시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조인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수메르 문명이 꽃핀 곳이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그곳에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였다. 그 모임의 서두에서 한 사람은 성서를, 다른 한 사람은 꾸란을 낭송했다. 당연히 아브라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브라함이 신의 분부로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는 대목은 성서로, 자식이 없는 늙은 아브라함에게 두 아들, 즉 이스마엘과 이삭을 주신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대목은 꾸란으로 낭송됐다. 그것은 낭송이라기보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증언에 가까웠다.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둔 사람들이 우르에 모인 것은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이었다. 교황은 앞서 두 사람이 낭독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창세기를 언급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네 자손이 저렇게 많이 불어날 것이다.” 신이 아브라함에게 많은 자손을 약속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자손들은 별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종교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같은 종교 안에서도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교황은 우르의 사막 한복판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형제들에게 밤하늘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별들이 밤하늘을 밝히는 것은 함께 빛나기 때문입니다.” 형제들끼리 싸우지 말고 별들처럼 무리를 이루어 증오와 폭력의 구름을 걷어내자는 거다. 박해받는 형제들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거다. 내전으로 지옥 같은 삶을 사는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는 거다. 한마디로, 아브라함이 바라보았던 것과 같은 별들을 바라보고 배우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