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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질 하는 사람들

Posted January. 20, 2021 08:19,   

Updated January. 20, 20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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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으며 예술가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도어’(문)는 그런 인물을 등장시켜 예술의 의미를 성찰하는 속 깊은 소설이다.

 유명 작가인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그녀는 글을 쓰고 강연을 비롯한 사회활동을 하느라 집안일을 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이웃에 혼자 사는 여성을 고용한다. 그 덕에 작가는 글도 쓰고 화려한 상도 타고 명예도 누린다. 그런데 그 가정부는 불편할 만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람을 자기처럼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즉 권력자로 나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목사,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교수도 권력자다. 영화감독도 권력자고 작가도 권력자다. 원론적인 얘기다. 그녀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무시당하는 현실에 분노하는 걸까. 아니다. 헝가리 역사와 삶에 부대낀 끝에 다다른 결론이고 관조한 결과였다.

 그래도 너무 냉소적이고 반사회적인 생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어렸을 때부터 빗자루질로 내몰린 사람의 생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녀는 화자의 집만 청소하는 게 아니고 열한 개의 건물이 늘어선 거리의 청소까지 도맡아 한다. 눈이 오면 사람들이 교회에 갈 수 있도록 밤새워 거리의 눈을 치우고, 그들이 교회에 가 있는 동안에는 그들의 집 안을 치우고 빨래를 한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녀의 말에 권위가 실리는 이유다. 그런데 말과 다르게 그녀의 마음은 따뜻하다. 부상당한 독일군과 소련군을 이념에 상관없이 숨겨주고, 전쟁 중에 유대인 아이를 살린 것이나, 가난한 이웃들과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것도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예술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건 철학자나 이론가, 지식인이 아니라 그처럼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이 보여주듯 예술은 아무리 화려해도 그들의 삶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진다. 예술은 때때로 그 초라함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