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협력 업무를 진행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21, 22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1일 서울 용산구 주한사우디 대사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리야드 알무바라키 대사(59)는 “한국은 사우디의 G20 셰르파(교섭대표·G20 정상회의 의제를 기획하는 역할)가 정상회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 중 하나”라며 “사우디와 한국의 협력 관계가 깊고, 한국이 경제와 문화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에서 정상회의 및 다양한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최근 추진 중인 개혁·개방 전략을 소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이번 G20 정상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알무바라키 대사는 “사우디 G20 정상회의에선 ‘여성과 청년’, ‘세계 자원과 환경 보호’, ‘혁신과 기술 발전의 공유’같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고민해온 이슈들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며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문제들을 위해 노력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20 정상회의 의제들은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의 비전을 강조하는데도 적절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서기관(1990∼1995년)과 대사(2016년∼현재)로 총 10년을 한국에서 근무한 알무바라키 대사는 사우디 외교부에서 ‘한국통’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사우디 내 한국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요즘은 내가 소개하기 전에 이미 한국의 변화와 장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발전과 대중문화 분야에서 특히 전문가들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우디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해 최근 알무바라키 대사는 현지 최고 국립대인 킹사우드대에 한국어학과와 한국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데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킹사우드대에 한국어학과나 한국 관련 연구소가 생긴다면 사우디의 젊은 세대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며 “좋은 성과가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마니아라고 강조하는 알무바라키 대사는 거의 매일 한식을 즐긴다. 그는 “불고기와 비빔밥은 물론이고 해물탕을 비롯해 탕 종류를 특히 좋아한다”며 “은퇴 뒤에도 한국과 사우디를 오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알무바라키 대사는 첫 한국 근무 중이던 1993년 명지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고, 큰아들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