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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청문회 불려나간 ‘테크공룡 빅4’

반독점 청문회 불려나간 ‘테크공룡 빅4’

Posted July. 31, 2020 07:31,   

Updated July. 31, 20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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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4대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꺼번에 미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이들 ‘빅4’의 CEO가 함께 의회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29일 오후(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이 기업들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데이비드 시실리니 소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선조들은 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우리도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에게 숙이지 않을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루시 케이 맥베스 의원은 애플이 타사의 경쟁 앱을 무단 퇴출시키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

 이에 CEO들은 “우리는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각종 불법 의혹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을 거론하며 “스마트폰 시장은 극심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온라인 광고비용이 지난 10년간 40%나 낮아졌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면서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민주주의와 경쟁, 포용의 가치 등을 공유하지만 중국은 이와는 매우 다른 개념의 인터넷 기업을 만들고 있다”며 애국심에 호소했다. 중국의 위협을 언급함으로써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중국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서면 진술에서 17세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등 어려웠던 가정환경을 언급했다. 본인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임을 강조해 의원들의 호감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시실리니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 기업들은 모두 독점기업임이 드러났다”며 “일부 기업은 분할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실제 이 ‘빅4’가 쉽게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주요 IT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고 심지어 여러 기업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만약 의회가 빅테크에 공정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내가 행정명령을 내려서라도 해결하겠다”고 거들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