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1·청양군청·케냐·이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오주한은 20일 열린 2019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2초로 2위를 했다. 우승은 지난해 우승자 케네디 키프로프 체보로르(29·케냐·2시간8분21초)에게 내줬지만 한국 국적 취득 후 처음으로 풀코스 완주에 성공하며 도쿄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여유 있게 통과했다. 도쿄 올림픽은 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에 대해 국가별로 3명까지 출전을 허용한다. 대한육상연맹은 “다른 국내 선수 가운데 오주한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주한은 국내 유일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골드라벨 대회인 서울국제마라톤에서 4차례(2012, 2015, 2016, 2018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3차례(2011, 2012, 2015년) 등 ‘동아마라톤’에서만 7차례 우승했다. 2시간5분13초의 국내 대회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해 특별귀화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다만 귀화가 확정된 지난해 7월 31일을 기점으로 3년 유예기간 동안의 기록은 한국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오주한은 레이스를 마친 뒤 “내심 노렸던 우승과 2시간 5분대 기록을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며 “목표가 올림픽 메달인 만큼 이제 모든 훈련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오주한을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올림픽 마라톤은 기록보다 순위 싸움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의 페이스를 읽고 앞서 달리는 훈련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오주한은 11월 말 케냐로 돌아가 훈련하다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맞춰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체보로르(29·케냐)는 오주한보다 21초 앞서는 개인 최고기록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시간 8분대 달성 선수에게 주는 타임보너스 5000달러도 챙긴 그는 “내년에도 또 출전해 대회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화창한 날씨 속에 1만여 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도 핑크뮬리 군락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감상하며 경주의 가을을 달렸다.
한편 이날 출발선에는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배호원 대한육상연맹 회장, 윤병길 경주시의회 의장, 이근우 경주경찰서장, 이진숙 동아오츠카 상무,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 ·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