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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집 출간 연기…출판계, 미투 가해자 흔적 지우기

고은 시집 출간 연기…출판계, 미투 가해자 흔적 지우기

Posted March. 12, 2018 07:31,   

Updated March. 12, 20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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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투 운동의 여파로 고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퇴출된 데 이어 출판계에서도 ‘고은 시인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출판사 ‘창비’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고 시인의 등단 60주년을 맞아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던 고 시인의 새 시집 ‘심청’ 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며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 내부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집 ‘심청’은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편 서사시로, 200자 원고지 10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고 시인은 올해 초 원고 초안을 출판사에 모두 넘긴 상태였다.

 출판사 ‘스리체어스’도 “고 시인을 다뤘던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2015년)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잡지에는 고은 시인이 활동했던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현장, 문인들과의 일화, 60년대 출몰했던 ‘가짜 고은’ 사건과 노벨 문학상에 얽힌 뒷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는 또 2016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다룬 잡지 8호와 같은 해 출간했던 안 전 지사의 책 ‘콜라보네이션(협력+국가의 합성어)’ 역시 회수 폐기할 방침이다.

 한편 스리체어스는 10일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에서 지난달 19일 고은 시인이 편집부에 보낸 글도 소개했다. 고 시인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렸다. 언젠가 돌아오면 그때 말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북저널리즘에는 지난달 23일 가진 안 전 지사와의 인터뷰 내용도 실렸다. 안 전 지사는 성폭력 문제를 언급하면서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 자신을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로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유의 왜곡된 성인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고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전시공간인 ‘만인의 방’을 12일 완전 철거할 계획이다.


조윤경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