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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평화협정 논의에서 우리가 들러리 설 수는 없다

북미 평화협정 논의에서 우리가 들러리 설 수는 없다

Posted February. 23, 2016 07:15,   

Updated February. 23, 2016 07:21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며칠 전인 작년 말 북미 간 평화협정에 대해 비밀리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 시간)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해야 6·25전쟁을 공식 종식하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내려놓고 비핵화를 포함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먼저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한 것은 북한”이라며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은 이번 평화협정 논의 검토가 기존의 북한 비핵화 방침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외교부도 어제 “한미는 어떠한 북한과의 대화에서도 비핵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17일 제안했던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협상’과 같은 내용을 이미 미국은 작년 말 북한에 제안했다는 것은 상당한 입장 변화를 뜻한다.

 평화협정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국내의 이른바 좌파 진영에서 늘 주장하던 사안이다. 6·25전쟁이 빚은 정전체제를 해체한다는 것은 유엔사의 해체를 뜻하고 이는 곧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사라짐을 뜻한다. 북은 특히 작년 10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부터 올 1월 핵 실험 직후에도 집요하게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북의 주장대로 평화협정을 먼저, 또는 동시에 체결할 경우 북한의 핵보유를 그대로 인정한 채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는 이러한 북미 논의 진행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에 휘말려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감을 잡지 못해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 들러리로 밀려나 있었다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의 후과(後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북미 간 논의 시점은 김정은이 수소폭탄 성공을 공언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1월초 4차 핵실험과 뒤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미리 경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미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한 고강도 대책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제재법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물샐 틈 없는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북핵 정보라도 미국과 공유하고 북한이 어떤 노림수를 던질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협의하는 마당에 미국에 긴밀한 대북 공조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