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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약국과 한미약품

Posted January. 06, 2016 08:18,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뒤 27세 때인 1967년 서울 종로5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당시로는 드물게 성병 치료약을 취급해 유명세를 탔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군복무 중 얻은 쑥스러운 병으로 고민하던 젊은 남성들에게는 치료의 성지()였다. 그의 이름이 독특한 영업방식과 맞물리면서 개명()한 게 아니냐는 오해도 낳았다.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한 임 회장은 평소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내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20102011년 적자 속에서도 연간 800억 원대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2014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36억 원의 38배인 1354억 원으로 투자액을 늘렸다.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센터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글로벌 제약업체인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약 8조 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리게 한 산실이었다.

임 회장이 4일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회사) 개인 주식 중 약 90만 주(시가 1100억 원대)를 2800여 명의 직원에게 무상증여한다는 통 큰 보너스 계획을 발표해 시중의 화제다. 직원들이 받을 새해 주식 선물은 월급여의 1000%로 1인당 평균 4000만 원에 이른다. 200%의 별도 성과급을 합치면 1년 치 연봉을 더 받는 셈이다. 그는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며 연구개발 투자를 가능케 한 임직원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에 대한 배당 확대를 중시한다. 반면 독일과 일본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외에 직원, 고객, 하청업체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주주자본주의의 장점도 무시할 순 없지만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기업의 지속적 발전은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 문턱까지 다가선 한미약품 임 회장의 결단은 성장과 주가 상승의 과실을 오너뿐만 아니라 직원들과도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