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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정화 밀어붙여 놓고 논란도 하지 말라니

박 대통령, 국정화 밀어붙여 놓고 논란도 하지 말라니

Posted October. 14, 20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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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미국 순방을 떠나기 앞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고 전제한 뒤 정치권이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 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화 논란을 불필요하다고 일축하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위태롭다. 정치권이 국정화처럼 중요한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려운데 시급하지도 않은 결정을 막후에서 내려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한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오히려 박 대통령 자신이다.

국정화는 사실상 박 대통령이 혼자 밀어붙였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황우여 장관이나 김재근 차관은 애초 국정화 강행을 주저하다 막판에 마지못해 국정화로 돌아섰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실무를 맡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1973년 유신 직후의 국정화 당시 국정화를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교육부는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론회 한번 연 것을 빼고는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국정화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박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독단적인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정희 정권만 해도 1973년 국정화 결정 이전에 1972년 국사교육강화위원회를 만들어 명망있는 국사학자들을 두루 참여시켰다. 당시 국사학계는 식민사관을 탈피하지 못한 기존 검정 교과서들을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것이 유신 정권의 국정화 결정과 미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오늘날처럼 국사학계 대다수가 국정화를 반대하는데 대통령 혼자 밀어붙이는 것과는 달랐다.

물론 국사학계가 예전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김정배 위원장은 그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뒤 새 국정교과서를 만들 때는 기존 역사학자 위주의 집필진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정치 경제 사회학자 등도 현대사를 쓰는데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국정화를 해도 국사학계만으로는 현대사의 좌편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한계를 시인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안한 국정화 관련 2+2 회담을 거부했다. 대통령도 집권여당 대표도 국정화는 논란의 여지도 없이 옳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결정하면 국민은 그저 따라오기만 하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