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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 '노조와의 전쟁'

Posted July. 17, 201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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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초 영국인들은 불만의 겨울을 보냈다. 대규모 파업으로 공장 가동은 중단되고 기차와 지하철이 멈췄다. 거리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고 소방차와 구급차가 곳곳에 방치됐다. 노조의 눈치를 보는 노동당 정권은 속수무책이었다. 영국인들의 분노는 그해 총선에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대처 총리는 강성 노조의 득세, 방만한 공공부문, 과도한 복지가 초래한 영국병에 칼을 댔다. 노동법을 개정해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만 고용하는 클로즈드숍을 없애고 노조에 부당파업 배상 책임을 물렸다. 1984년 탄광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자 9500여 명을 연행하는 초강수를 둬 1년 만에 굴복시켰다. 영국 총리 중 유일하게 이름에 이즘(ism)이 붙는 대처리즘 개혁은 유럽의 병자 영국을 부활시켰다.

올해 5월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2기를 시작한 보수당 정권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대처 이후 30여 년 만에 노동계, 특히 공공노조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캐머런은 파업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파업 때 대체인력 고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노조비에 정치 분담금을 끼워 넣는 규정을 없애 정치권과 노조의 연결고리도 끊을 방침이다. 노동당과 노동계가 반발하지만 캐머런은 파업의 악순환을 뿌리 뽑아야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전투적 노동운동이 성장과 일자리에 미치는 폐해가 영국보다 심각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맡았던 인사 중에도 민노총과 전교조만 없어도 선진국 진입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들어 주 1회꼴로 노동개혁을 강조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법제화가 어려운 우리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모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주무장관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집권당 대표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처나 캐머런 같은 결기와 뚝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