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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둘러싼 여권의 이전투구, 국정은 아랑곳없나

유승민 둘러싼 여권의 이전투구, 국정은 아랑곳없나

Posted July. 04, 201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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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참모는 여론조사 뿐이라는 말이 있다. 어제 나온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잘한 일이라는 답변이 36%로 잘못한 일(34%)보다 오차범위 안에서나마 많았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사퇴해선 안된다(36%)가 사퇴해야 한다(31%)보다 높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으로 좁혀 보면 사퇴론(45%)이 사퇴반대론(26%)을 크게 앞질렀다.

박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의 뜻과 원내대표의 소신이 어긋나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물러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비록 야당 지지층이 섞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국민 사이에선 국회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찍어낸다면 민주정당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어제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가 출석했으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여기서 말씀드릴 게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여당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토하는 상황이 달라진 게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여당 원내대표 한 사람의 거취 문제가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당정협의마저 중단돼 국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금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티고 친박과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유 원내대표를 비토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두 사람 다 패배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

국정을 공동 책임지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한쪽의 완승이나 완패를 지향해 자존심 대결을 펴다 보면 국정은 물론 당에 치명적 손실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친박(친 박근혜) 의원과 일부 최고위원까지 가세해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 원내대표가 호락호락 물러설 성 싶지도 않다. 국회에서 (대통령과) 언제든 대면이 가능하다고 어제 확언한 김 실장과 여당의 당 대표는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모양새 있는 일보 후퇴를 주선하고 건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