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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비즈룩, 어떻게 발전해왔나

Posted June. 27, 201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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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DJ DOC DOC와 춤을 중에서)

가수 DJ DOC가 1997년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직장인이 회사에 청바지를 입고 가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한여름에도 정장 바지와 재킷, 긴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풀세트로 갖춰야 일터에 대한 예의이자 격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조직문화에 효율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직장인의 옷차림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온도를 높이고, 업무에 편리성을 더하기 위해 재킷과 넥타이 등 불필요한 복장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쿨비즈 1세대가 유행한 시기라 부를 수 있는 20052010년은 반팔 셔츠에 노타이 차림이 주를 이뤘다.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 계열사 사장들이 이 같은 복장으로 참석하면서부터 다른 기업들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어두운색 정장 바지에 옅은 하늘색 반팔 셔츠를 받쳐 입어 여름철 중년 남성의 교복이라 불리는 조합이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캐주얼 스타일로 변하며 좀 더 과감해졌다. 면 소재 바지와 티셔츠, 캐주얼 남방 등을 코디하기 시작한 것. 여기에 샌들이나 스니커즈를 신는 멋쟁이들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쿨비즈 2세대 시대가 열렸다.

청바지를 입고 회사에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때부터다. 체크무늬 남방이나 날렵한 몸매를 강조하는 티셔츠도 오피스룩으로 각광 받았다. 패션 감각보다 마음이 앞선 일부 중년 남성 가운데 양말 위에 샌들을 신는 패션 테러리스트들이 간혹 있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차림을 하는 직장 남성이 늘어났다.

실용성을 강조한 재킷이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 미팅 등 격식을 갖춰야 할 때가 많은 직장인들을 위해 여름철에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통기성 좋은 쿨비즈 재킷들이 남성복 브랜드에서 상당수 출시됐다.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입었을 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300g 안팎의 기능성 의류들이 앞다퉈 선보였다.

최근에는 쿨비즈 3세대로 불리는 반바지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직장에서 다리를 노출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여전히 많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출근 차림으로 반바지에 손을 대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무릎이 보일 정도의 짧은 길이가 아니더라도 복숭아뼈가 드러나 보이도록 9분 바지를 택하는 이도 많다.

칼라가 달린 반팔 피케 티셔츠를 선호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지난봄부터 고급스러운 리넨 소재를 다른 섬유와 혼방해 물빨래가 쉽도록 내놓은 피케 티셔츠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구김이 잘 가지 않아 실용적일 뿐 아니라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의 소현수 디자인실장은 쿨비즈룩이 점차 진화하면서 최근에는 적당히 격식을 갖추면서도 실용성을 강조한 캐주얼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