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가게가 즐비한 서울 이화여대 인근의 A 상점. 이곳엔 유난히 중국인이 몰린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팔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다. 중국어 간판엔 화장품을 3070% 싸게 판매한다는 문구와 국내 화장품 브랜드명이 적혀 있었다. 인근의 제조사 직영점에서 파는 정품과 똑같아 보이는 제품이 25%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매장엔 중국인 관광객이 북적였고 한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본보 기자가 화장품을 사려고 하자 점원은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한국인은 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유를 묻자 점원은 외국인 전용 매장이라고 얼버무렸다.
인근 상점도 비슷했다. 바로 옆 상점에서 한국인이 살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점원은 마스크팩만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상품 진열대에 아예 한글로 수출 전용 상품이라 외국인에게만 판매한다고 써 붙여 놓은 상점도 있었다. 점원에게 그 이유를 묻자 이미 면세가 된 제품이라서 그렇다. 외국인 여권을 확인한 뒤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손님은 가짜 제품을 쉽게 구별할 가능성이 커 이를 취급하는 업소일수록 한국 손님을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의 한 화장품 가게 점장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저 가격엔 진짜를 판매할 수 없다. 한국 이미지만 실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어와 영어, 태국어로 (우리 매장에서) 안전하게 진품을 구입하세요라고 내건 상점까지 나타났다.
정식 면세점이라면 현장에서 구입한 뒤 공항이나 여객터미널의 출국장에서 물건을 받아야 하지만 A 상점은 돈을 내면 곧바로 물건을 내주고 있어 면세점도 아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국내 유명 브랜드 화장품 제조사 두 곳에서는 우리 제품은 디자인이 독특해 흉내 내기 어렵다거나 일반 판매점까지 제조사가 관리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