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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꼭쥐고 약속은 외면한 의원들

Posted September. 12, 20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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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11일 19대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14%대로 현저히 낮다고 지적한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아직 국회의원 임기가 1년 7개월이나 남았는데 좀 더 지켜봐 달라는 불만도 나왔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문을 연 지 2년 5개월이나 지났음에도 유권자와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약은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하는 첫 번째 약속이다. 국민은 그 약속을 믿고 투표를 하는 것인데도 86%에 이르는 공약이 여전히 감감 무소식인 것이다. 당선되고 나면 그뿐이라는 고질적 악습이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래 놓고서 정치인들의 발언을 믿어 달라고 한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이번 기회에 총선 공약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 우선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국회의원 스스로 모른 체하면 끝이다. 본보가 국회의원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244명의 홈페이지 등을 일일이 조사한 결과 자신의 공약 이행 여부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 의원은 100명이 넘었다.

공약 이행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선 여야 정당의 공천심사 과정에서 공약 이행률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여야 정치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치로 계량화해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최소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역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면 왜 지키지 못했는지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공약 이행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는 몰라도 정량적인 평가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치권 혁신의 출발점은 멀리 있지 않다. 공약 이행과 같은 기본적인 일부터 제대로 할 때 국민은 정치권을 향한 불신을 거둬들일 것이다. 약속을 지킨 정치인과 지키지 않은 정치인 중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가. 이제는 유권자들이 표로 응답할 차례다.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