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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원에게 성역은 없다

Posted August. 22, 20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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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은 어제 검찰과 희한한 숨바꼭질을 벌였다. 이들은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 출두하라는 통보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거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검찰이 구인장을 집행하기 위해 찾아 나서자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침에야 출두 의사를 밝혔으며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그러다 오후가 돼서야 김재윤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출두 의사를 비쳤고 이어 조현룡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도 출두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7월 임시국회 종료를 10여분 앞두고서야 48시간 후에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겨우 48시간의 간격을 두고 새로 소집된 임시국회는 방탄 국회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하루만 버티면 방탄 국회 뒤에 숨을 수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처럼 보였던 비리 의원들은 결국 악화된 여론에 밀려 출두했다. 비난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많이 받았지만 그들이 출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뒤늦게 출두하겠다고 나선 새누리당 조현룡 박상은 의원도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의 영장 심사는 본래 오전 9시 반부터 순차적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이들이 뒤늦게 출두에 응하면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구인장은 자정까지만 유효했고 자정을 넘기면 임시국회가 시작돼 국회의 체포 동의 없이는 의원들을 구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영장 전담 판사는 심사 기일을 연기할 수 없었고, 시간에 쫓겨 가며 이들의 구속 여부를 심사해야 했다. 아예 출두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지만 시간을 어겨 뒤늦게 출두한 것 역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비리 의원에게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민주화 이후로는 그 의미가 퇴색했다. 선진국에는 불체포 특권 같은 것은 없다. 많은 헌법학자들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불체포 특권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여야 모두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포기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들이 어제 출두하지 않고 방탄 국회 뒤에 숨으려 든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엄정한 영장 심사와 법징행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