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쯤해서 일아베와 손잡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도지사를 접견하며 우리 두 나라 국민은 서로 우정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지내왔는데 정치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 마음까지 소원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한일관계에 대한 소회와 진단은 적잖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지만 이제는 처방도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 같은 상황을 방치하다간 양국 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국제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

마스조에 지사는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으나 박 대통령은 3월 네덜란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을 뿐 한일 양자 회담에는 응하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에 진정성 있는 변화가 없는 만큼 서로 이견만 확인하고 끝날 정상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하다.

아베 총리가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작성 경위를 검증하는 등 전쟁범죄의 책임을 발뺌하는 것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도 24일 일본 정부에 대해 강제 성노예 피해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허용,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한 북한과의 교섭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에 발목이 잡히면 한일관계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동북아의 세력 재편은 비상()하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선택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한국은 미일과의 공조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아 왔으나 이젠 미일이 한중의 밀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아베를 외면만 하는 박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는 한일관계를 잘 모르는 외국에선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좋든 싫든 일본은 우리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나라다. 박 대통령이 큰 틀에서 한일관계를 보고 국익과 미래를 위해서 아베 총리와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내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지금 같은 상태로 맞을 순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