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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하다고 불평 말고 남일 당당히 해야"

"불평등하다고 불평 말고 남일 당당히 해야"

Posted January. 09, 20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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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하다고 불평하지 말고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세요.

7일 대한항공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만난 조모란 한진인터내셔널재팬 대표(46사진)는 평소 여성 후배들에게 자주 해주는 조언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으로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된 인물이다. 1945년 한진그룹 창립 후 조양호 한진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제외하고 계열사와 자회사를 통틀어 여성 대표이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재팬은 일본 공항에 인력을 공급하고 한진그룹 계열사의 설비 및 부동산을 관리해주는 회사다.

조 대표가 여성의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은 사소한 것부터 출발했다. 해외 홍보를 담당하던 1998년 당시엔 여직원들에게 밤샘 당직을 시키지 않았다.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과장이던 그는 여직원도 당직을 설 수 있다며 평등하게 업무를 나눠 맡았다.

2000년엔 애 딸린 유부녀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단기파견을 갔다.

면접관들이 시부모님, 남편, 애는 괜찮다고 하느냐고 많이 물었죠. 물론 먼저 가족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여성들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 당당하게 말하는 만큼 기회가 많아집니다. 그는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1년간 근무했다.

조 대표는 1990년 입사한 뒤 여객 운송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2012년 한진그룹에서 오너가를 제외한 최연소(44세)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한진그룹에는 조 대표를 포함해 여성 임원이 10명 근무하고 있다.

조 대표의 책임 리더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빛을 발했다. 당시 그는 일본 하네다공항 지점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지진이 나자 하네다공항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두려움에 휩싸인 일본인 직원들이 조 대표에게 말했다. 지점장님은 도망칠 곳(한국)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갈 데도 없습니다.

조 대표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 임기는 2년 남았습니다. 나도 가족들과 여기 함께 삽니다.

이 말에 직원들은 그를 믿고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소통에 능하다고 평가받는 여성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 조 대표는 남성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 익숙하지만 남성들은 스스로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죠. 남성 직원들에겐 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고민을 간파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다독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또 여직원들과 커피 한 잔을 한다면 남성 직원들에겐 체육대회를 열어주는 것이 낫습니다.

한진인터내셔널재팬 대표로서 직면한 최대 과제는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다. 프리터족(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인력 파견업계는 직원들이 1년 반만 근무하면 직장을 옮겨버린다.

그는 처음부터 뛰어난 직원을 선발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훈련시키고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공유하겠다며 소통에 능한 여성의 리더십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