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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방향전환 숨겨진 굶주림 찾아낸다

대북 식량지원 방향전환 숨겨진 굶주림 찾아낸다

Posted October. 08, 201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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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북도 평산 지역의 학생들은 요즘 결석하는 경우가 잦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식()은 시래기에 콩또래(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섞어 끓인 것. 쌀은 물론이고 옥수수 같은 곡식조차 밥상에 오를 때가 거의 없다. 하루 두 끼 식사를 하면 잘 먹은 날이다. 이 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 A 씨(49)는 최근 한국에 사는 탈북 지인들과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A 씨는 어른인 나도 배가 고픈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하겠느냐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아졌다는 얘기를 우리 동네에서는 실감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해온 국내외의 구호 단체와 기구들이 북한의 이런 히든 헝거(숨겨진 굶주림)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은 통계적으로는 다소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지역 간, 계층 간 편차는 여전히 극심하다는 것이 국내외 기구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특히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북한의 5세 이하 어린이 47만6000명이 여전히 발육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영양소의 불균형 상태도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북한의 히든 헝거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27일부터 2013년도 북한의 식량 사정 조사를 시작했다. 합동조사팀이 북한 전역을 돌면서 식량 실태를 파악하고 식량 수급 상황과 올해 작황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다음 달에 나오는 보고서 초안은 국제기구들의 향후 대북 지원 방향 및 규모를 결정하는 바탕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08년 170만 t까지 치솟았던 북한의 곡물 부족량은 지난해 50만 t 규모까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곡물의 고른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채소와 육류 같은 다른 식량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8월 유니세프는 한국 정부가 집행을 의결한 604만 달러의 대북 지원금으로 북한에 영양치료식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정부가 지난달 26일 의결한 630만 달러의 자금 집행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북 지원의 성패는 히든 헝거를 어떻게 찾아서 필요한 것들을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은 기자방콕=손영일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