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글로벌 위기에도 대미무역흑자 44% 증가

Posted March. 11, 2013 03:34,   

ENGLISH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1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증가하던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는데도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는 크게 증가한 주요 원인에 한미 FTA가 꼽힐 정도로 이 협정은 한국경제에 톡톡히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미국 등과의 FTA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통상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FTA 선점 효과를 계속 누리기 위해 한국이 시급히 글로벌 통상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 한 한미 FTA

10일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538억 달러(약 58조6000억 원), 수입액은 391억 달러였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은 7.35% 줄었지만 수출은 2.67%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같은 기간 102억 달러에서 147억 달러로 44% 급증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금액이 줄어드는 등 양국 간 무역규모 확대 효과가 예상에 못 미쳤지만 대미 수출 증가는 한국 내 경기하강을 막는 등 FTA의 효과가 뚜렷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기계류, 고무제품 등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월올 1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52억2738만 달러로 전년 동기 46억4296만 달러보다 12.6% 늘었다. 특히 일본, EU 등 다른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해 올 1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4억96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2.6% 늘어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둬 미국산(Made in USA)으로 분류된 일본, 독일 자동차의 수입이 늘면서 자동차 부품 등에 비해 효과는 떨어지지만 완성차 역시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102억1565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2% 증가했다. 자동차 외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은 19.2%, 기계류는 16.6%, 고무제품은 7.3%씩 대미 수출이 늘었다.

당초 큰 피해가 우려됐던 농업 분야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산 오렌지, 체리 등 과일 수입이 급증했지만 농산물 전체 수입액은 46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오히려 17.4% 감소했다. 미국을 강타한 가뭄으로 미국산 옥수수 수입이 크게 줄고 한우 가격 하락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치, 김, 홍삼 조제품 등 한국 농산물의 대미 수출은 3억52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12.5% 늘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농산물 수입 감소에 가뭄 등의 영향이 있었던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한미 FTA로 국내 농산물의 미국 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일 공세적 통상정책에 과제 산적

한미 FTA를 통한 미국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계 통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의 효과는 아직 대기업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EU 등 선진국들이 공격적인 통상정책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도 EU와의 FTA를 서두르고 있어 한미 FTA의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한중 FTA 본협상을 제때 개시하고 한중일 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한미 FTA와 시너지효과를 낼 계획.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는 미국이 통상 분야에서 대대적인 공세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상 부처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한미 FTA를 포함한 중장기적 FTA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의 한미 FTA 활용 확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남은 과제들이다. 최원목 교수는 까다로운 원산지 증빙 절차 등으로 지난해 12월 현재 한미 FTA 활용률이 66.1%에 그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지원하는 등 새 정부가 하루빨리 한미 FTA 후속작업들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