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5, 2013 02:41,
서울 관악구 봉천동 W대중목욕탕은 골목길을 한참 헤맨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주인 이모 씨(51)는 11일 건물 2층 복도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만든 간이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3.3m가 채 안 돼 보였다.
이내 손님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슬리퍼 차림의 자영업자,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샴푸와 타월을 넣은 바구니를 든 아줌마들. 이 사장은 그 때마다 낡은 노트에 바를 정()자를 적어나갔다. 아르바이트생을 둘 형편이 안 돼 산더미처럼 쌓인 주황색 수건을 틈틈이 혼자 갰다. 입장료 5000원, 일회용 샴푸를 300원에 파는 462m 규모의 전형적인 동네 목욕탕이다.
15년 동안 목욕탕을 운영해 온 그에게 약 2년 전 고민이 생겼다. 수도료, 전기료가 올라 입장료를 인상했더니 연간 매출이 7500만 원을 넘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때문에 복식부기 의무 대상자가 된 것이다. 금전출납부, 매입원장, 매출원장, 자산부채원장, 판매일반관리원장, 총계정원장. 두 손 들고 세무사를 찾아야 했다.
오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혼자 일해 한 달에 쥐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매달 세무사에게 7만 원, 1년에 80만 원을 냅니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뭘 알고 탈세한다고. 이 씨는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업소는 복식부기를 포기하고 벌금 성격인 가산세(산출 세액의 20%)를 물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13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윤모 씨(57)는 세무사에게 복식부기를 맡기는 돈이 10만 원이 넘어 차라리 가산세를 무는 게 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