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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광둥성 시찰

Posted December. 10, 20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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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후 첫 지방 시찰로 광둥() 성 선전((수,천))을 방문해 개혁 개방 의지를 선포했다. 20년 전인 1992년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남기며 다닌 도시와 같은 곳이다. 시진핑 시대의 국정지표를 선언하며 시진핑 스타일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개방 새롭게 개척

9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총서기는 8일 오전 9시 55분 선전 시 롄화산()공원의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3번 절을 했다. 그는 현장을 지켜보던 주민들에게 당의 개혁 개방 결정은 정확한 것이었다며 부국() 부민()의 길을 흔들림 없이 견지할 뿐 아니라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총서기는 동상 주변에 기념식수를 한 뒤 인근에 있는 뤄후() 어민촌을 찾았다.

선전은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 때 들른 곳이다. 뤄후 역시 1984년 덩샤오핑이 방문한 지역이다. 이날 행사에는 왕양() 광둥 성 서기뿐 아니라 과거 덩샤오핑을 수행해 선전을 방문한 원로 당원 4명도 동행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국가박물관을 방문할 때 교통관제를 하지 않았던 시 총서기는 이날 행사에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보안요원들이 공원에 있던 관광객들을 격리하지 않아 자유롭게 시 총서기 사진을 찍었을 뿐 아니라 헌화할 때도 붉은 카펫을 깔지 않았다.

또 중국 관영매체를 동원하지 않았으며 군중 속에 있던 홍콩 기자 2명에게 즉석 질문할 기회를 줬다. 그는 기자들에게 홍콩은 계속해서 번영을 구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쓰촨()에서 온 한 관광객은 예정에 없이 시 총서기와 악수를 한 뒤 이런 일이 생길 줄 생각도 못했다며 감격해했다.

시 총서기는 8일 오후 선전을 떠나 광둥 성 주하이()에 도착해 헝친() 신구에서 개발계획을 보고받았다. 그는 이후 광저우()에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왜 선전인가

시 총서기는 지난달 15일 총서기 취임 후 처음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개혁 개방을 강조했다. 5일 외국인 전문가 초청 좌담회에서도 문을 잠그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개혁 개방의 길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덩샤오핑의 후광이 남아있어 개혁 개방의 1번지로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선전을 방문한 것은 그가 취임 초기 강조한 국정지표를 재확인하는 화룡점정()으로 풀이된다. 그가 덩샤오핑을 자신의 정치 모델로 삼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정치행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2년 12월 5일 총서기 취임 후 첫 지방 시찰지로 허베이() 성 스자좡() 시 시바이포()를 선택했다. 시바이포는 마오쩌둥()이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을 본토에서 몰아낸 뒤 베이징에 입성하기 직전에 마지막 농촌지휘소로 삼았던 곳이다. 후 주석이 혁명성지인 시바이포에 들러 마오쩌둥의 계승자 지위를 확보하려 했다면 시 총서기는 남순 루트를 답사하며 덩샤오핑의 유전자(DNA)를 물려받았다는 점을 명확히 해 차별성을 부각시킨 셈이다.

선전은 또한 시 총서기의 부친인 시중쉰()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광둥 성 당 서기로 있을 때 개혁 개방을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식 남순 이후 개혁 개방과 관련한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초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 시 당서기 낙마 이후 폐쇄됐던 중국 대표 좌파 사이트 유토피아닷컴()이 최근 재건됐다고 홍콩 밍()보가 9일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보시라이의 충칭 모델을 지지해 왔으며 조만간 좌파 지식인 강연회 등 오프라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