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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앞에 얼어붙은 기업투자, 일자리 더 위기다

[사설] 대선 앞에 얼어붙은 기업투자, 일자리 더 위기다

Posted November. 03, 2012 06:09,   

연말 대선을 앞두고 몸을 사린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3분기(79월) 설비 투자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설비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 0.6%로 3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려 투자 위축이 성장 걸림돌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기업 투자 부진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올해 2.4% 경제 성장이 물 건너가고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될 공산이 크다.

기업의 투자 부진은 세계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자동차와 전자 업종을 제외한 해운 조선 철강 산업과 같은 주력 산업의 실적 악화로 투자 여력도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의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선후보들은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계열분리명령제도와 같이 기업 지배구조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공약들을 쏟아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수십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대선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대선 때마다 대기업 규제 정책이 화두로 떠오르다보니 대선이 있는 해에는 기업 투자가 선거 전에 위축됐다가 선거가 끝난 3분기 후부터 살아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권 말에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 특혜 시비가 휘말리거나 정책이 바뀌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새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산업정책이 나온 뒤에 투자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경제 외적인 정치적 변수로 몸을 사리면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치고 경기 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선거철마다 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돈줄을 풀지 않으면 기업생산이 줄고 일자리도 늘지 않아 경제가 전반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기업 투자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대체로 0.1%포인트 하락한다. 기업 투자 위축과 성장 정체의 피해는 고스란히 골목상권의 서민과 청년들의 실업으로 돌아온다. 기업들도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창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다. 기업이 눈치를 봐야할 대상은 변덕스러운 정치가 아니라 국내외 시장과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