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수사관이 3명 더 있다는 비밀을 지켜 주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해 주겠다. 그러지 않으면 출소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1987년 3월, 박종철 군 고문치사 혐의로 구속된 경찰관 2명을 면회 온 경찰 간부는 1억 원이 든 통장을 보여 주며 회유했다. 당시 면회를 참관한 서울 영등포교도소 안유 보안계장은 두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던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수감 중이던 이부영 전 의원에게 이 내용을 귀띔했고 이 전 의원은 이를 편지로 써 한재동 교도관에게 전했다. 교도소 밖으로 나온 편지는 천신만고 끝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도착했다. 그해 5월 18일 경찰의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앞당겼다.
민주화에 기여한 교도관들이 적지 않아 민주교도관이란 말도 있다. 1975년 김지하 시인의 양심선언은 전병용 교도관이 그 문건을 가지고 교도소 담장을 넘어준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중앙정보부가 나를 공산주의자로 조작했다는 김 시인의 폭로에 사르트르, 하버마스 등 저명한 해외 지식인들이 지지서명을 했다. 공안 당국은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다. 체코에서 반독재 투쟁을 하다 처형된 율리우스 푸치크의 옥중수기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도 원고를 한 장 한 장 밖으로 옮긴 교도관 코린스키의 용기가 없었으면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교도관과는 질적으로 다른 교도관의 행태도 있다. 서울구치소 한모 교도관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저축은행 비리 수사 상황을 누설한 혐의로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과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전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고 오면 조사 내용을 파악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한테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겐 요긴한 정보였을 것이다.
교도관은 법을 집행하는 최일선에 있다. 사형 집행을 안 하면서 흉악범 사형수들은 교도관과 함께 일생을 마쳐야 한다. 교정()은 말 그대로 하면 굽고 비뚤어진 사람을 바르게 펴는 직업이다. 높은 담장 안에서 수인과 같은 생활을 하니 직업으로서 인기가 없을 것 같지만 지난해 교정직 경쟁률이 남자는 24 대 1, 여자는 55 대 1이나 됐다. 교도관 선발 과정에서 정의 실현의 사명감과 인권의식도 치열하게 검증받는지 모르겠다.
신 광 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