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박모 씨는 최근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구청으로부터 과태료 30만 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김 씨는 매년 만기 전에 보험설계사가 연락을 해 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담당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하더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가 어렵고 보험사 간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수수료만 챙기고 회사를 옮기는 철새 보험설계사가 다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보험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보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수수료만 받고 나 몰라라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가 1년이 지나도 계속 근무하는 비율인 13개월차 정착률은 올해 3월 기준 40.2%로 지난해 9월(41.2%)보다 하락했다. 1년이 지나면 10명 중 4명만 회사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정착률이 34.8%에 불과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계약 후 2년 이상 유지하는 보험비율도 56.4%로 지난해 3월(61.2%)보다 크게 낮아졌다.
철새 설계사가 늘면 피해는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담당 설계사가 바뀌면서 보험료 연체 관리, 인쇄물 발송 등 전반적인 고객 관리가 엉성해지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험료를 연체했는데 제때 연락을 받지 못해 보험이 실효가 되는 사례도 많다며 보험 판매 첫해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의 90%에 이르는 현재의 선지급 방식으론 유지관리 소홀과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하고 옮긴 회사의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일도 많다.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부산의 김모 씨는 보험설계사에게서 최근 다른 보험사로 옮겼는데 기존 상품보다 더 좋은 게 있으니 갈아타라란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을 갈아탄 뒤 기계를 만지다 감전돼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약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판매수수료 체계 전면 손본다
문제점을 인식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설계수수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음 달 말까지 판매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수수료 체계를 판매 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로 나눠 계약 첫해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1020% 낮추는 대신 나머지 수수료는 월급처럼 나눠주는 방식으로 수수료 지급 방식을 바꿀 방침이다. 보험사들이 수수료 등으로 초기 지출한 비용을 몇 년에 걸쳐 나눠 비용으로 반영하는 신계약비 이연제도도 손볼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보험사들의 손실 부담이 커져 초기에 판매 수수료를 한꺼번에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저축성보험의 조기 해약환급금도 최대 1020% 늘릴 계획이다. 현재 4050%에 불과한 1년차 해약 환급률(해약 때 기존 납입액 가운데 돌려받는 금액)을 60%까지 올리고 2, 3년차 해약 환급률도 각각 7080%와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외에 유지관리 수수료가 별도로 있으면 해약률이 1.25.5%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합리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