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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창 올림픽 북한 참여의 조건

Posted July. 12, 2011 03:03,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제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돼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에 직접 기여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자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평창이 개최지로 확정되면 북한과 분산 개최하거나 북한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설원()의 대축제가 진실로 남북 화해와 평화를 증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한 공동 및 분산 개최는 도시 중심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헌장에 위배되지만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허용한다면 가능성이 열려 있다. 벌써부터 겨울 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금강산이나 개마고원 자락에 있는 삼지연 스키장에서 분산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과 연계할 수 있는 조건과 현실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일부 종목의 개최에 응한다고 해도 경기장 시설을 비롯한 인프라를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 설혹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경기가 임박한 시점에 남북관계가 경색되거나 북한 정권이 갑자기 못하겠다고 버티면 평창 동계올림픽 자체가 실패로 끝나고 대한민국은 세계의 신인()을 잃어버리고 만다.

북한 정권은 아직도 북한 주민에게 우리의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북은 2002년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 방안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계 올림픽 일부 종목을 분산 개최할 경우에도 선수와 관객이 대거 방문하게 돼 북한은 체제불안 요소로 인식할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현실을 고려하면 손 대표의 남북 공동개최 방안은 안이하거나 무책임한 애드벌룬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은 막판까지 협상을 해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2003년, 2007년 평창의 겨울올림픽 개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남북단일팀 구성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번엔 공식 반응이 없다.

우리의 국제적 행사 개최에 초조해하는 북한이 예상치 못한 강수를 던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1987년 11월 KAL기 폭파사건을 일으켰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중에는 제2연평해전을 야기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당장 한달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관심을 더 쏟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