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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학생의 치마 가림판

Posted June. 14, 2011 23:19,   

일본 여학생들이 유행처럼 짧은 교복 치마를 입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고갸루 세대부터다. 고()는 고교생을 줄인 말이고 갸루는 영어 gal(girl)의 일본식 발음으로 고갸루는 여자 고등학생이란 뜻이다. 대체로 1980년대 전반에 태어나 풍요 속에서 1990년대 중고교를 다닌 여학생을 지칭한다. 당시 오키나와 출신의 아무로 나미에에게 큰 영향을 받은 이들의 교복 스타일은 미니스커트와 루스 삭스(loose socks헐렁하고 긴 양말)가 특징이었다. 원조교제를 사회문제로 등장시킨 세대다.

고갸루 교복 패션은 한국에도 유입됐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일부 여학생 사이에 국한됐던 이 패션이 지난 10년 사이 서서히 인기를 얻어 이제 한국에서도 유행이다. 다만 루스 삭스는 한국에서 반짝 인기를 얻는 데 그쳤다. 일본 여학생의 교복인 세라복은 긴 양말이 기본이다. 치마가 짧아지면서 더 많이 노출된 다리에 악센트를 주기 위해 루스 삭스를 신기 시작했으나 루스 삭스의 유행은 일본에서도 2000년대 들어와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여학생의 치마길이가 지난 10년간 평균 1015cm 짧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방별로 여학생 교복의 평균 치마길이를 조사한 결과 니가타가 가장 짧았다. 니가타 지역 교사와 학부모 모임이 2009년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공부도 치마도 늘릴 수 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월 후쿠시마의 여학생들이 추운 겨울철에 모포로 치마를 두르고 다니면서도 미니스커트를 고수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여학생의 치마 길이를 규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여학생들은 별 생각 없이 짧은 치마를 유행처럼 입는다지만 민망한 것은 교사들이다. 강원 교육청이 올 4월 8억2000만 원을 들여 여학생들의 책상에 치마 가림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영국 BBC는 당시 이 소식을 화제기사로 보도했다. 여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긴 치마를 입고 학교 밖에서는 허리춤에서 접어 올려 짧게 보이게 하던 유행이라도 계속됐으면 가림판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여학생 교복도 바지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