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에 당초 사업비 3조5000억 원보다 1조7000억 원을 더한 5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 곳을 선정하려던 방침을 바꿔 여러 곳의 과학벨트를 만들면서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충청 영남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까지 만족시키려다 보니 국민세금을 쏟아 붓게 된 것이다. 기초과학 육성이란 당초 목적은 뒷전으로 밀린 채 지역별 과학예산 갈라먹기 싸움판이 돼버리면서 지역갈등 증폭 등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6일 대전(신동둔곡 지구)을 과학벨트 거점으로 하되 대구경북(DUP 연합캠퍼스)과 광주(GIST 캠퍼스) 등에 연구단 25개를 배치해 연구 기능을 확장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거점지구와 연계해 응용연구 개발연구 사업화 등을 수행할 기능지구는 대전에서 40km 이내에 위치한 청원(오송오창), 연기(세종시), 천안 세 지역으로 결정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과학벨트 전체 예산이 5조2000억 원으로 책정됐다면서 이 가운데 DUP 연합캠퍼스와 GIST 캠퍼스에 각각 1조5000억 원과 6000억 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 등 전국에 설치될 개별 연구단 10개에도 총 8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 장관은 예산을 늘리기로 전격 결정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다면서 우수한 인재를 두루 유치하려면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 과학기술 전체 예산이 14조9000억 원이며 내년 예산이 16조6000억 원이라면서 차액인 1조7000억 원이 과학벨트에 추가로 투입되는 것이며 예산 증액분을 의미 있게 써서 미래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인재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벨트에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증액분을 모두 써버리면 대학이나 출연연의 다른 기초연구는 지원받지 못할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과학기술계는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 50개를 사전에 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배치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말 선임될 기초과학연구원장과 기초과학연구원 과학자문위원회가 연구단의 적정 수와 지역 배분을 결정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