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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고르는 고민안해 좋네요, 호호

Posted December. 17, 20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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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밀려드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올해에는 다르다. 한가할 정도다. 어딘가 허전하고 아쉬울 것 같은데 오히려 마음은 넉넉하기만 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지난 11일 귀국한 신지애(22미래에셋).

단골로 초청받던 시상식이 이번에는 남의 잔치가 됐다. 고교 2학년 때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뒤로 해마다 시상식에 갔거든요. 올해처럼 아무 데도 안 간 건 7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아요. 드레스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좋네요, 호호.

미국 LPGA투어에서 신인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신지애는 개인 타이틀과 인연이 없었다. 그래도 미국과 일본, 국내에서 꾸준한 성적으로 29억 원 가까운 상금을 챙기며 세계 랭킹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신지애는 올 한해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고민 끝에 무거움이라고 표현했다. 힘들고 지쳤다는 의미의 무겁다는 아니에요. 밝고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를 얻었어요. 타이틀이 없어 아쉽지만 맹장 수술에 몸도 자주 아픈 가운데도 막판까지 경쟁을 펼친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신지애는 귀국한 후 서울대에 다니는 여동생과 기차를 타고 무박 2일로 강원 정동진에 다녀왔다. 동생과의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정말 뿌듯했죠.

동생과의 여행을 올해 기억에 남는 첫 번째 순간으로 꼽은 신지애는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과 국내 메이저대회인 KLPGA선수권 우승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에비앙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트로피를 안았는데 하늘에서 태극기를 두른 스카이다이버가 내려와 놀랐죠. KLPGA 선수권 때는 폭우를 맞아가며 끝내 정상에 올라 갤러리의 축하를 받았죠.

신지애는 벙커샷을 올해 향상된 기술로 꼽았다. 벙커에 빠지고도 파 이하의 스코어를 낼 확률인 샌드 세이브 부문에서 지난해 27위(44.6%)에서 2위(61.4%)로 점프했다. 벙커에 빠지면 의식적으로 공을 띄우려고 체중을 오른쪽에 뒀었는데 오히려 왼쪽으로 바꾸니 공이 부드럽게 잘 빠지더라고요. 벙커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어 더욱 공격적으로 핀을 공략하게 됐어요.

신지애는 16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받았다. 지난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 스프링스에 집을 장만했다. 난시 때문에 퍼팅할 때 고생했는데 이젠 좋아지겠죠. 따뜻한 곳에서 훈련 좀 열심히 하려고 둥지를 옮겼고요. 스윙 코치도 새로 구하고 있어요.

여유롭게 한해를 마감하면서도 신지애의 마음은 어느새 새로운 시즌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