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와일드카드 잔혹사, 두 형님이 끊는다

Posted November. 17, 2010 11:37,   

ENGLISH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박주영(모나코)과 김정우(상무)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홍명보호에 승선했고 15일 중국과의 16강전에서 나란히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와일드카드 제도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에만 있다.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아시아경기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도입됐다. 와일드카드는 감독에게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젊은 대표팀에 노련미와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섞여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취약 포지션에 대한 보완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발목을 잡힐 때도 있었다.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선수가 나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간판급 공격수 황선홍과 하석주, 이임생이 나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임생은 부상으로 중도 귀국하고 황선홍은 한 경기만 뛰었다. 최종 전적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홍명보와 김도훈, 김상식이 뽑혔다. 홍명보는 부상으로 대회 직전 귀국해 강철이 투입됐다. 강철은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김도훈도 무득점에 그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운재, 김영철, 이영표가 출전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는 와일드카드가 오히려 패배의 빌미가 됐다. 이란과의 4강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로 나선 이운재는 한 골도 막지 못했고, 이영표는 실축했다.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남일은 대회 전 부상으로 빠졌고 유상철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김동진, 이천수, 김두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김정우, 김동진)에서 이천수와 김동진이 한 골씩 뽑으며 와일드카드 불운을 씻나 싶었지만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결국 와일드카드는 안 뽑아도 그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아시아경기는 다르다. 박주영과 김정우는 득점은 물론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중 박주영이 골을 넣고 김정우가 플레이를 조율한다며 둘 다 와일드카드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와일드카드 악연 끊기에 성공한 홍 감독은 19일 8강 상대인 우즈베키스탄과의 악연 끊기에 나선다.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도 0-1로 졌다. 홍 감독은 당시 25세의 나이로 대회에 출전했다.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해 준결승을 뛰지 못하며 벤치에서 한국의 패배를 지켜봤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