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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성 대통령 드라마

Posted October. 19, 20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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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현실의 갈증을 반영하는가. 여성 대통령이 없는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 드라마가 꽤 많이 만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한국 지상파TV에서도 방영된 ABC 방송의 커맨더 인 치프. 지나 데이비스가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2005년 첫 방영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이 그럴듯하게 떠돌았다.

대()테러 요원의 24시간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드라마 24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다. 24는 2001년에 방영된 시즌1에서 흑인 대통령이 등장해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당선을 예견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2009년 방영된 시즌7에서 체리 존스가 테러 위협에 직면한 미국의 운명 앞에 고뇌하는 여성 대통령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석호필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2에 등장한 여성 대통령은 권력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냉혹한 캐릭터로 묘사됐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린 SBS 드라마 대물이 인기를 끌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7일 당 회의에서 대물의 서혜림 대통령을 탄핵하는 극중 민우당의 명칭이 유감스럽다고 발언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름을 합친 것 같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 대물의 후광효과가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한나라당 친이계 일각도 심기가 편치 않은 것 같다. 대물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계 정상 가운데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는 현재 16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면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브라질에서도 조만간 딜마 호우세피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우승하면 여성 대통령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드라마가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면 나올 것이다. 그 대상이 박 전 대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