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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핫머니와의 싸움

Posted October. 14, 20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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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성 단기 자본, 즉 핫머니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증시 및 외환시장에 들어왔던 핫머니가 1997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각국을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다. 당시 국제 환()투기꾼들의 핫머니 장난을 비난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발언은 세상물정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일본 통화당국은 이달 5일 정책금리를 기존의 연 0.1%에서 00.1%로 낮춰 다시 제로금리 시대로 복귀했다. 금융시장에 자금을 더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도 내놓았다. 미국 역시 다음달 초 추가로 통화부문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선진국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생겨난 과잉 유동성은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높은 아시아와 남미의 신흥국들로 몰려가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핫머니의 공습을 받은 각국이 잇달아 방어책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어제 이례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얼마 전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금리 인하, 양적 완화정책 후에도 엔화 강세가 이어지는 현실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에 대한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지난달 한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는 각각 37억 달러와 27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0원 대로 떨어졌다. 최근 원화 강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핫머니 규제를 반()시장적 조치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올해 7월 발효된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에도 헤지펀드의 등록 및 정보제공 요건 강화와 은행의 헤지펀드 투자제한이 포함됐다. 한국도 단기성 자금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요인만 본다면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도 있지만 지금 금리 인상은 핫머니 유입을 더 부추길 위험성도 적지 않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