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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가 110년을 기다려 온 5툴 플레이어

클리블랜드가 110년을 기다려 온 5툴 플레이어

Posted October. 05, 20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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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0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축구로 치면 20세 이하 월드컵 정상에 오른 것. 당시 부산고 3학년이던 추신수(28클리블랜드)는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투수상을 차지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에 화려한 변화구는 고교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은 그해 겨울 추신수와 계약했고 추신수는 곧바로 타자로 전향했다. 야수가 갖춰야 할 파이브 툴(정확한 타격, 장타력, 빠른 발, 강한 어깨, 수비 센스)을 겸비한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시애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추신수가 재능을 꽃피운 곳은 시애틀이 아니라 클리블랜드였다.

클리블랜드 110년 역사상 처음

클리블랜드는 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했다. 추신수는 출전하지 않았고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300에 90타점, 22홈런, 22도루를 유지했다.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홈런, 도루, 타점 모두 자신의 시즌 최다 기록을 뛰어 넘었다.

추신수의 결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클리블랜드 매니 액타 감독은 전날 추신수가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300을 유지하자 기록 관리를 위해 추신수를 4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1901년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클리블랜드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카를로스 곤살레스(콜로라도타율 0.336-34홈런-26도루)와 핸리 라미레스(플로리다0.300-21홈런-32도루), 그리고 추신수 3명뿐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출루율도 4할(0.401)을 넘겼다.

시즌 중 부상 딛고 막판 맹활약

추신수는 4월 타율 0.317, 4홈런-4도루의 성적을 올리며 2년 연속 기록 달성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5월에 주춤했지만 6월에 홈런 6개를 때리며 제 페이스를 찾는 듯했지만 7월 3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오른 엄지를 다친 탓에 16경기를 빠졌고 그달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지난달 18일 캔자스시티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고 결국 이틀 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6번째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

마지막 남은 것은 3할 타율. 지난달 24일 캔자스시티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탓에 타율은 0.29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추신수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25, 26일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8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299로 끌어올렸고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리며 3할 타율을 채웠다. 추신수는 3할 타율은 특별하다. 4할 출루율은 더 소수의 선수만 할 수 있는 기록이다. 경력과 기록을 배려한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올 메이저리그 외야수 가운데 가장 많은 14개의 수비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강한 어깨를 뽐냈다. 최고의 5툴 플레이어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추신수는 10일 오후 귀국해 개인 훈련을 한 뒤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작되는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