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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울의 태풍

Posted September. 03, 20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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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서울과 경기 주민은 아파트 유리창이 덜컹거리는 요란한 소리에 새벽잠을 설쳤다. 새시가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밝아오기 시작한 하늘로 간판과 우산, 비닐 같은 것들이 날아다녔다. A씨는 아침마다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 집사람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그는 습관대로 아침운동을 나갔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공원에는 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수목이 뿌리 채 뽑혀 쓰려졌다. 뿌리가 강한 나무들 중에는 허리가 부러져나간 것들도 있었다.

어제 오전 6시35분 강화도에 상륙해 서울 북부 쪽으로 지나친 태풍 곤파스는 몇 십 년만에 서울을 가장 근접해 지나친 태풍으로 기록될 것 같다. 경남 전남 제주 등 남부지방은 평소 태풍이 단골로 통과하는 지역이라 주민들도 웬만한 비바람에 단련돼 있다. 해운대에서는 태풍이 지나갈 때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예사다. 이번처럼 수도권을 관통하는 태풍은 무척 드물다. 수도권 주민은 처음 보는 태풍의 위력에 혼비백산했다. 쭉 뻗은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뿌리 채 뽑혀나갔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곤파스는 중심부근 최대풍속인 2532m인 중급 태풍이다. 초속 15m면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이 날아가고, 25m면 지붕이나 기와장이 뜯겨져 날아간다. 어제 서울 관악과 중랑의 최대풍속은 각각 29.7m, 29.5m나 됐다. 초속 35m면 기차가 전복될 정도라니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대평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토네이도(회오리바람)의 경우 순간풍속이 150m나 되는 것도 있다. 토네이도는 콘크리트로 지은 집을 무너뜨리고 대형트레일러를 장난감처럼 빨려 올려 뒤집어놓는다.

풍속이 얼마나 셌던지 곤파스는 스스로의 수명도 단축했다. 순식간에 동해로 빠져나가 바로 소멸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강풍으로 벼가 쓰러지고 수확을 앞둔 사과 배 등이 떨어져 과수농가들이 타격을 입었다. 어선들이 조업을 하지 못해 생선 가격도 급등했다. 농수산물의 최대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 앞으로 12개의 태풍이 더 온다고 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