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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워킹실버

Posted August. 01, 20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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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5년간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다 교감으로 명예퇴직한 최모 씨(62여)는 현재 서울 송파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7개월 된 남자 아이의 베이비시터로 일하고 있다. 하루 7시간씩, 주 5일 근무하고 한 달에 90만 원을 받는다.

교사로 평생을 보낸 최 씨가 처음부터 이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 직원이었던 남편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명예퇴직을 당했고 설상가상으로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당장 목돈이 필요했다.

2002년 명예퇴직하며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3억4000만 원을 받아 남편 치료비를 충당했다. 퇴직금 일부를 떼 서울 강남에서 노래방 사업도 시작했지만 대신 앉힌 바지사장이 수입을 중간에 가로채면서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 이후 구립도서관 행정 아르바이트, 사설 어린이집 교사 등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정착한 곳이 베이비시터. 월 90만 원 수입으론 남편 치료비와 대학을 졸업하고 연기 공부 중인 딸(27) 등 세 식구 생활비를 대기가 벅차지만 그는 그래도 이 일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2 유기영 씨(66)는 직업군인과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 30년을 일한 뒤 1997년 외환위기(IMF) 때 명예퇴직을 했다. 한참 일할 50대 중반에 갑자기 퇴직하니 멍해지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온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파 약까지 먹었다.

일이 필요했다. 2006년 6월, 10년 가까운 백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법무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하루 동안 배달해야 할 서류를 배정받아 택배 일을 한다. 보수는 월 100만 원 정도. 유 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많이 걷다 보니 훨씬 건강해졌다며 만족해했다.

일하는 60세 이상 노인, 이른바 워킹실버(Working Silver)가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노인 취업자 수는 297만2000명으로 통계청이 관련 데이터를 조사한 1999년 6월 이후 사상 최대다. 고용률은 39.1%. 노인 5명 중 2명이 일하는 셈이다. 65세 노인 10명 중 1명 정도 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의 워킹실버의 수는 선진국보다 3, 4배 많다.

이들은 노후준비가 부족해 경비원 택시기사 택배원 미화원 등 이른바 블루칼라 일을 하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활기찬 노후) 흐름을 타고 이 씨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일을 하는 선진국형 워킹실버도 빠르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