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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피크 오일 이론

Posted June. 08, 2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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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구물리학자인 매리언 킹 허버트 박사는 1956년 불길한 예언 하나를 발표했다. 그는 석유매장량 추정치와 석유생산 분석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미국 내 석유생산량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기가 19661972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에는 기본적인 석유 매장량 부족으로 갈수록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3년 발생한 제1차 오일쇼크와 맞물려 예언은 소름끼치게 맞아떨어졌지만 그는 금세 잊혀지고 만다. 석유회사들이 미국 밖으로 눈을 돌려 해저 시추 등을 통해 꾸준히 석유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허버트와는 달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피터 후버는 인간은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 에너지원이 한계를 맞더라도 인류는 다른 에너지원을 반드시 창출할 것이라는 견해다. 석유개발기구(OPEC)를 설립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셰이크 야마니도 이런 낙관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했기 때문에 종말을 고했던 게 아니다. 언제가 석유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석유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심해() 석유생산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허버트 박사의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금이야말로 석유 공급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석유 종말론이다. 그동안 석유 회사들은 땅위에서의 대규모 유전개발이 벽에 부딪히자 첨단기술을 동원해 심해유전을 찾아내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 사고를 낸 영국의 석유회사 BP도 심해를 탐사하다가 시추공을 잘못 건드렸다. 극지나 해저의 유전탐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가 석유공급 낙관론에 경종을 울리면서 미국에서는 석유 종말에 살아남는 법 등의 책이 15만 권 이상 팔리고 석유 고갈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모임도 활발하게 열린다는 소식이다.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금에 투자하라는 등 석유 부족의 재앙이 닥친 이후의 생활에 관한 조언을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번 사고는 포스트 석유시대의 대비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