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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테네의 시위 군중

Posted May. 03, 201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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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채무 상환 불능사태에 빠져 나라 밖으로 손을 벌리고 있는 그리스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아테네 시민 수 만 명은 노동절인 1일 아테네 도심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 모여 긴축재정안을 성토했다.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과 노동자총연맹은 5일부터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이 구제금융을 줄 테니 재정 규모를 축소하고 연금을 줄이라고 요구하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그리스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의 시위 군중을 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냉소적이다. 유럽 국가들의 눈에 그리스는 주제넘게 펑펑 돈을 쓰다가 망한 파산자일 뿐이다. 은퇴를 늦춰가며 절약하는 다른 유럽 인들에게 그리스의 무절제는 도를 넘은 것이었다. AP통신은 개미처럼 아끼기보다는 조르바처럼 인생을 즐기면서 소비에 주력하는 문화 때문에 그리스 저축률이 유럽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를 갈 길 잃은 호메로스, 파국 위험에 처한 현 상황을 그리스 비극에 비유했다. 그리스 국민이 안간힘을 써 봐도 수학자 피타고라스에게도 골치 아플 복잡한 재정 수치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2000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그리스는 당시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가입이 부결됐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가까스로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000년 그리스를 가입시킨 결정은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가입 10년 만에 그리스가 경제위기의 진원지이자 유럽의 골칫덩어리로 추락한 것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민주정치의 이상향이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 직접 대화하는 것을 더 높은 가치라고 여겼던 아테네 사람들은 대의제 보다는 직접 민주주의를 택했다. 그러나 소수의 시민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철학자 플라톤은 직접 민주주의를 극히 혐오했다. 직접 민주주의가 심각한 포퓰리즘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포퓰리즘 때문에 민주주의의 원조인 아테네가 유럽의 암적 존재로 조롱당하는 처지가 됐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인들은 그리스의 포퓰리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