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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에 자리 비켜달라한뒤 수면제 삼켜

취재진에 자리 비켜달라한뒤 수면제 삼켜

Posted April. 24, 201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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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검사 100여 명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해온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가 23일 음독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정 씨는 이날 오후 부산지법 앞에 있는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등 몇몇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공개한 문건에 등장한 검사들 외에 또 다른 검사 접대의혹 등을 공개했다. 정 씨는 오후 2시40분 경 기자들에게 가족과 통화를 해야 한다며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홀로 남은 정 씨는 수면제를 100알가량 삼켜 자살을 시도했으나, 곧바로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한 주위사람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위세척 등 응급조치를 받고 30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정 씨는 자살 시도 직후 법원에 가면 구속될 건데, 차라리 죽고 말겠다고 말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다. 이날 자살소동으로 오후 3시부터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 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취소 여부 심문은 1시간가량 늦춰졌고, 결국 법원은 정 씨가 없는 상태에서 변호인을 상대로 심문을 진행했다.

또 정 씨가 공개한 접대 리스트 문건에 실명이 거론됐던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이날 법무부에 사표를 내는 등 파문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는 박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하게 되면 진상규명위의 조사결과가 나와도 인사조치 등 적절한 징계를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당분간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실명이 공개된 박 지검장과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6월 이후 있을 정기인사 이전까지 다른 보직으로 전보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비위공직자의 의원명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은 감사부서 등에서 비위와 관련해 내사 중일 때는 사표를 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진상규명위원회는 외부인사 7명과 검찰 간부 2명 등 총 9명의 위원 인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성낙인 위원장은 다음주 초에 첫 회의를 갖고 위원 겸 진상조사단장인 채동욱 대전고검장의 첫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에는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신성호 중앙일보 정보사업단 대표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법조계와 언론, 문화, 시민사회, 경제계 인사가 고루 포함됐다. 여성으로는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과 현직 여검사 가운데 최고참인 조희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등 2명이 위촉됐다.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은 조 차장검사가 포함된 것은 여검사로서 검찰 문화를 잘 알고 있으며 가장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