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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과 벌

Posted April. 03, 20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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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학교 교육은 벌()주기 위주였다. 지각해도 벌, 손을 깨끗이 씻지 않아도 벌, 환경 미화를 잘못해도 벌, 수업시간에 졸아도 벌, 모든 게 벌이었다. 좋은 행동에 대한 보상보다는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을 교육과 집단 통솔의 준거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주기가 대세다. 벌주기보다 효과가 좋다는 믿음에서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랜드 교수팀의 실험도 이를 입증한다. 한 팀은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벌주기 위주로, 다른 팀은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상주기 위주로 실험한 결과 후자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기업가 출신인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은 상주기를 시정()에 접목시켰다. 가령 직장에 잘 다니면 150달러, 학교 출석을 잘하면 2550달러를 주는 식으로 빈민층 시민의 좋은 행동에 금전적 보상을 해줌으로써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했다. 지난 2년간 2400여 빈곤층 가구에 1400만 달러가 지급됐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생활수준이 나아진 가구는 16%에 불과했다. 원래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던 학생은 돈을 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이 계획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직전에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는 달랐다.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는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죄를 묻는 무관용을 시정원칙으로 삼았다. 차 유리 파손, 낙서, 무임승차 같은 경범죄까지도 샅샅이 단속하고 엄하게 처벌했다. 효과가 커서 살인 등 강력 범죄가 50% 가량 줄었다. 벌주기가 범죄의 도시 뉴욕을 변화시킨 것이다.

중국의 고서 한비자() 간겁시신편()에는 상을 받아 이익을 얻는 길과 벌을 받아 해를 입는 길을 천하에 널리 알리는 것이 현명한 군자가 할 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상주기와 벌주기 모두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장자() 재유편()에는 큰 천하로도 상을 주고 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대목이 있다. 아무리 상을 주고 벌을 주더라도 사람이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는 참 어렵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