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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투자 안해 저축 늘고 가계는 저축 못해 빚더미에

기업은 투자 안해 저축 늘고 가계는 저축 못해 빚더미에

Posted March. 03, 20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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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는 여유자금을 저축하고 기업은 이 돈을 대출받아 투자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부채에 발목이 잡힌 가계는 저축을 줄이는 반면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가계는 저축, 기업은 투자라는 경제주체의 전통적인 역할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업들의 예금은행 총저축은 215조797억 원으로 2008년 말(177조3364억 원)에 비해 37조7433억 원(21.3%) 늘어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기업저축 가운데 1년 이상의 장기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해 카드사태를 맞았던 2003년(86%) 이후 가장 높았다.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오랫동안 은행에 묻어두려는 기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투자의 원천인 가계저축은 여전히 부진하다. 가계가 은행에 저축한 돈은 지난해 말 현재 360조5338억 원으로 2008년(326조6151억 원)에 비해 1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8년 증가율(10.5%)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로 기업저축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가계저축 가운데 상당 부분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돈을 은행예금으로 그냥 옮긴 것이어서 지난해 가계저축률(세금과 이자를 제외한 가처분소득 중 소비하고 남은 돈의 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2008년(2.5%)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가 저축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 경기침체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한 데 비해 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413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60만 원(1.5%) 늘었지만 가구당 부채는 4337만 원으로 209만 원(5.1%)이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가계저축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고용이 늘어나 가계소득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저축 감소와 기업의 투자 감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