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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크 10년

Posted March. 01, 20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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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씨는 1999년 인터넷을 통해 외국 학생들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못돼 사이버 세계에서나마 국제교류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서였다. 한국 관련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그의 제의에 많은 외국인이 호응했다.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박 씨는 외국인들이 잘못된 한국 정보에 오염된 것을 알게 됐다. 박 씨는 그해 5월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해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를 발족했다. 박 씨는 11년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반크가 거둔 대표적 성과는 동해 표기 바로잡기다. 반크는 2000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내셔널지오그래픽에 항의 e메일을 보내 사과와 함께 동해와 일본해를 병행 표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2002년에는 세계적인 지도제작업체 월드아틀라스가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수용했다. 월드아틀라스는 홈페이지에 바다를 둘러싼 한일 간 전쟁의 최후 승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박 대표는 20만 명의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하면 100만 명의 친한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크를 시작했다. 회원 각자가 5명의 외국인을 맡아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자는 전략이었다. 출범 첫해 1000여 명이 반크에 가입했다. 현재는 유료회원 1만8000명, 무료회원 2만 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회원도 8000명이나 된다. 홍보대사인 가수 김장훈 씨가 공연을 하며 팬들에게 가입을 권유한 덕분에 지난달에만 1000명의 회원이 늘었다. 반크 활동 10년을 정리한 두 권의 책자가 곧 나온다. 한국 바로잡기의 성과는 외국교과서 백과사전 웹사이트가 왜곡한 한국정보 시정결과를 담는다. 두근두근 Korea는 한국 홍보 자료집이다. 박 대표는 반크 10년을 돌아보며 과거에는 외국에 우리나라가 잘못 소개된 사실이 확인되면 정부와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국민이 왜곡을 바로잡는 것은 내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자평했다. 풀뿌리 민간외교단체 반크의 10년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